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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1942.06.03)
윤동주
쉽게 씨워진 詩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은 남의 나라、
詩人이란 슬픈 天命인줄 알면서도
한줄 詩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學費封套를 받어
大學 노ー트를 끼고
늙은 敎授의 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홀로 沈澱하는 것일가?
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六疊房은 남의 나라、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慰安으로 잡는 最初의 握手。
一九四二年六月三日
[현대국어역본]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년 6월 3일
1942년 윤동주가 요절하기전 지은 마지막 시 입니다.
현재 세상에 알려진 윤동주의 유작 (마지막 시) 입니다.
윤동주가 남긴 이 시는 1942년 6월 일본 유학중 체포 되기전 한국에 남아있던 친구 강처중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보내진 작품으로 다른 일반적인 시들과 달랐습니다.
시 '쉽게 쓰여진 시'는 1942년에 쓴 시이며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1900년 초 우리나라는 일본의 침략으로 수탈당하고 있었고, 일제강점기 말의 어려운 시대 속에서 시를 통해 억압된 상환과 인간적 갈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에서 '육첩방'은 공간적 배경으로 일본을 의미합니다.
'슬픈 천명'은 시로 바꿀 수 없는 부정적인 현실을 나타냅니다.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 표현에서 윤동주는 자신의 현실 시가 쉽게 쓰인다고 반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시를 쓰는 시인으로서 현실에 참여하지 못하는 내적 갈등을 표현합니다.
시는 전반부 현실에 대한 인식, 후반부에는 현실 극복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이 표현에서 '등불'을 쓰며 현실 극복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쉽게 씌어진 시 )'에서 부끄러움의 의미는 남의 나라라는 인식에서 오는 것이며 저항에 대한 천명 의식을 재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광복을 6개월 앞둔 1945년 2월 16일 29세의 젊은 나이로 일본 감옥에서 안타깝게 광복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두게 됩니다.
윤동주 시인의 정신은 지금까지 살아서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감동, 암울하였던 시대였지만 극복하려는 의지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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